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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

그렇게 난 아빠가 되었다

쌘냅이 2020. 10. 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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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여름, 작은누나의 임신 소식에 나도 긴장을 했다.  우리 부부는 1년 차 신혼부부의 생활을 야무지게 보내고 있었던 터라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임신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물론 새해 초기에는 양가 부모님들께 "황금돼지해! 손주 하나 안겨드리겠습니다. 하하핫~!" 호언장담 했지만 내 마음은 급하지 않았다. 사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었고, 지금의 신혼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보다 항상 민첩하고 현명한 나의 아내는 배란테스트기를 미리 써보며, 미리 임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에게 임신을 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특히 딸을 강조하던 아내는 우리가 합을 이루는 시점은 늦은 저녁이 적당하며, 음식은 야채 위주의 식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게 인위적으로 될 일이 아니라 다 운명이고, 팔 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는 와중 작은누나의 임신 낭보는 우리 부부를 자극(?) 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급 합을 이루고, 배란테스트기를 점검하며, 우리는 나름 분주하게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로 급작스레 진입하게 되었다. 우리는 배란테스트기에서 짚어주는 날짜에 정확하게 거사를 진행했다.

장모님, 생신을 맞이하여 처가 댁에 방문하였다. 그날 와이프는 얼리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 와 새벽에 체크해보더니 드렁~드렁~ 코를 골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이게 시약 선인지 아니면 진짜 줄인지 모를 정도로 아주아주 희미하게 사~알짝 줄이 가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와이프가 임신을 대비해 가입한 맘 카페에 테스트기 사진을 올렸더니 그 새벽에 기꺼이 확인해주시는 예비엄마들이 많았다.(이렇게..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시는 엄마들이 많다니 우리나라 출산율 0점대 돌입이 무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를 가지게 된 걸 테스트기로 알 수 있었다. 이제 병원을 가야 하는데 아무 데나 갈 수는 없었다. 되려 병원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산후조리원을 선택하고, 연계된 병원을 가야 했다. 조금 독특한 시스템이지만 암튼 이리저리 알아보니 역시 가격이 높을수록 좋긴 좋았다. 가격은 중간 정도에 여자 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선택했다. 물론 맘 카페에 문의하고, 비교하면서 선택하였다. (초보 엄마들의 지식적인 한계는 없었다. 다만, 실전 경험이 부족할 뿐)

한참을 고민하여 선택한 병원을 가게 되었다. 우리 둘 다 처음이라 살짝 긴장한 채 병원에 들어섰다. 병원 내부는 깔끔하고, 역시나 임산부들이 많았다. 저마다 다른 주차의 아이를 품고 있는 예비엄마들이었다. 접수를 하는데 산모의 혈압, 체중 체크를 하여, 접수대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우리 차례를 기다리며, 와이프와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사 선생님의 첫인상은 매우 따뜻하신 분 같았다. 게다가 친근하게 와이프와 이야기를 하며, 상담을 이어 나가셨다. 아직도 그러시지만 남편인 내 눈은 절대 보시지 않고, 오로지 와이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드디어 검사를 하는 도중 나를 안쪽 진찰실로 불렀다.

"Hi 베이비, 만나서 반가워"


오~! 마이 베이비~! 내 눈앞 작은 스크린에 '태낭(아기집)'이 보였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한참을 쳐다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크기도 정상적이고, 산모의 자궁 상태도 건강하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고 가족들 한 분 한 분 내가 아빠가 됐고, 여러분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이 됐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난 아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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